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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謹弔]安秉學 別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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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충빈 작성일21-04-21 17:46 조회832회 댓글1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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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술좌석에서 안주는 멀리하고 오로지 술만 가까이 하던 벗, 安秉學...
아아! 오늘 아침에 우리의 곁을 떠났습니다

* 동기회에서는 오늘 오후부터 조문할 예정입니다

댓글목록

안재세님의 댓글

안재세 작성일

고인,
병학,
연결되어서는 안될 것 같은 두 명사가 그동안 이런 저런 일로 자주 찾지도 못하던 동기회 마당에 깜짝쇼 하듯이 나왔군요.
아스라히 떠 오르는 1962년 겨울의 추억이 영화 '내 마음의 풍금' 옛 이야기처럼 정겹게 다가 오네요.
******
중학교, 고등학교 입시가 연례행사처럼 각종 매스컴들을 달구던 그 시절 - 우리 동기 모두는 그 기억을 공유하고 있지요 - 에 안국동 우정총국 옛 터 옆의 허름한 2층 건물 2층에 있던 '과외공부방'에서 병학이와의 만남은 시작되었지요.
5평 남짓했을 그 작은 방 한 구석에는 과외선생님('신'선생님)의 스프링 침대 하나가 놓여 있었고, 방 가운데는 큼지막한 갈탄 난로 하나가 있었고, 그 둘레로 긴 탁자 몇 개와 작은 걸상들이 죽~ 놓여 있었지요. 
이게 요즘 식으로 말하자면 스카이캐슬 들어가기 위한 첫 예비 단계의 기본 장치들이었는데, 겉으로는 낭만이 흐를 것같은 이 시설들이 어마어마한 스파르타식 교육의 시범 현장이었던 것이죠.
나는 사실 이런 최고급 사교육 시설에 접근할 위치에 있지도 않았는데, 왜냐하면 내 집은 안국동이 아니라 북아현동에 있었기 때문이지요.
알다시피 그 때는 통금이라는 게 있어서 신촌가는 막차가 종로에서 10시면 끝나는 때였고, 과외수업이라는 게 하다 보면 막차 시간에 대지 못하는 수도 있었는데, 그럼 별 수 없이 한 시간 정도 걸어서 집에 가기도 했지요.
그 과외공부에 가게 된 계기도 사실은 내가 알아서 간 게 아니고, 한 동네에 사는 친구가 거기 다닌다고 심심하니까 같이 가자고 해서 갔는데, 정작 그 친구는 신선생님이 추구하시던 우리들의 공부성적 향상을 위한 엄청난 사랑(빳다)에 지쳐서 도망가 버려서 졸지에 심심하지도 않은데 계속 그 상황속에 남게 된 거죠.
학교도 나만 종로국민학교 다녔고, 모두 수송국민학교 다니고 있어서 뭔가 이질적이었지만, 그 공포스러운 학습분위기 하에서는 그런 거 따질 여유도 필요도 없었기에 오히려 서로간에 새로운 동질감이 끈끈해졌던 것 같군요.
그 어린 포로들에게 유일한 즐거움은 30분 주어진 저녁시간에 옛 종로예식장 입구에 있던 조그만 간이음식점에서 짜장면이나 만두를 시켜서 함께 나눠 먹는 거였는데, 요즘도 어쩌다가 그 때 꿈을 꾸곤 하지요. 그 맛있던 추억을...
하여튼 갖가지 이유로 엄청나게 두들겨 맞고 나면 저녁 식후에 졸립던 것도 신기하게 저절로(?) 해결되곤 했는데(그렇다고 신선생님을 원망하는 건 아니고, 오히려 스톡홀름신드롬 비슷하게 신선생님은 그냥 두려움과 존경의 알 수 없는 혼합적 숭배대상이었던 것 같군요), 그 혹독한 스파르타식 단련받은 댓가로 병학이와 나는 감격스럽게도 서울중학교에 입학할 수 있었고, 그 후로도 끈질긴 학우관계가 이어져 왔는데...
사실 우리 동기 따님 결혼식에서 가장 최근에 만났다는 게 별써 십여년이나 지났고, 그 때 건강이 별로 좋아 보이지는 않았지만 여전히 호탕한 언변을 구사하는 걸 보면서 대단하구나 느꼈지요. 그 때가 우리 담임선생님이시던 권영한 선생님께서 귀천하신 지 얼마 안 되던 때로 기억되는 군요.
병학형,
소록소록 옛 추억이 떠 오르니, 오늘 밤에는 그 춥던 안국동 2층방과 골목앞 짜장면 집에서 우리 다시 한 번 만날 수 있을까?
요즘 같잖은 잡꿈들로 어수선했는데, 어디 오늘 밤은 꿈속에서라도 한 번 함께 거나하게 취해 보는 게 어떨까!
***
조문받느라 바쁠텐데, 괜히 실없는 소리 늘어 놨나 보구려.
모든 근심 다 내려 놓고 천궁에서 편히 쉬시기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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