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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복음(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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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진 작성일13-12-23 22:38 조회1,24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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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23일 *대림 제4주간 월요일(R)-루카 1장 57-66절

“그때에 즈카르야는 즉시 입이 열리고 혀가 풀려 말을 하기 시작하면서 하느님을 찬미하였다.”

<세례자 요한의 탄생>

    즈카르야의 인생은 정녕 특별한 것이었습니다. 그는 원래 배경이 좋은 사람이었습니다. 탄탄한 사제 가문의 후손으로 제대로 된 교육을 받았습니다. 신앙심이 깊었을 뿐만 아니라 인품 역시 탁월했습니다. 복음사가의 표현에 따르면 즈카르야는 모든 율법 계명을 철저히 준수했으며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이 없는 의로운 사람으로 살았습니다. 이렇게 덕망 높고 훌륭한 사제 즈카르야를 백성들은 무척이나 존경했습니다.

    그러나 하느님께서 즈카르야에게 모든 것을 다 허락하지는 않으셨습니다. 다 갖췄지만 예나 지금이나 가장 중요한 부분 후손을 얻지 못했습니다. 이제나 저제나 했었지만 야속하게도 세월은 순식간에 흘러버렸고, 이제 즈카르야뿐만 아니라 아내 엘리사벳도 노년에 접어들어 자녀를 얻을 가능성은 사실상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훌륭한 사제 즈카리야는 결코 하느님을 원망하지 않았으며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담담히 받아들이며 자신에게 주어진 사제 직무를 묵묵히 수행해나가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성전에서 분향하고 있던 즈카르야에게 주님의 천사가 등장합니다. 그리고 건네는 말씀이 참으로 어이없고 기가 막혔습니다.

    “네 아내 엘리사벳이 너에게 아들을 낳아 줄 터이니, 그 이름을 요한이라 하여라.”

    예언도 어느 정도라야지,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호호백발이 된 아내가 아들을 낳을 것이라니... 즈카르야는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천부당만부당한 일이라고, 천사가 내막을 잘 모르고 한 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대답합니다.

    “저는 늙은이고 제 아내도 나이가 많습니다.”

    즈카르야가 자기도 모르게 던진 불신과 의혹이 서린 대답에 대한 천사의 벌칙은 매섭기가 그지없습니다.

    “때가 되면 이루어질 내 말을 믿지 않았으니, 이 일이 일어나는 날까지 너는 벙어리가 되어 말을 못하게 될 것이다.”

    즈카르야는 순식간에 벙어리가 되고 말았습니다. 즈카르야 입장에서 보면 너무도 어이없고 기가 막힌 상황이었습니다. 인간적인 눈으로 바라보면 너무나 억울하고 이해하기 힘든 ‘황당한 시추에이션’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참으로 납득 못할 상황, 결코 원치 않았던 기이한 상황 앞에서 즈카르야가 받았던 충격과 상처는 컸을 것입니다. 보통 사람도 아니고 사제가 갑자기 벙어리가 되었으니 참으로 난감한 상황이 벌어진 것입니다.

    그러나 즈카르야는 즉시 마음을 정리합니다. 자신의 경솔함과 불신을 뉘우칩니다. 하느님께서 허락하신 특별한 상황을 침묵 속에, 깊은 기도 속에 조명해봅니다. 참으로 수용하기 힘든 상황이었지만 하느님께서는 머지않아 모든 것을 설명해주실 것임을 굳게 믿었습니다. 자신에게 다가온 뜻밖의 상황 하느님께서는 반드시 회복시켜주실 것이라는 희망을 마음 깊숙이 간직했습니다. 즈카르야는 10달간의 길고도 집중적인 대침묵 피정에 들어간 것입니다.

    그 오랜 침묵과 기도가 오늘은 아름다운 결실을 맺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약속하신대로 즈카르야에게 아들을 선물로 주셨고, 여드레째 되는 날 할례식을 거향하게 된 것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아들 세례자 요한의 할례식장에서 즈카르야의 명예를 완전히 회복시켜주십니다. 하느님의 크신 자비에 힘입어 즈카르야의 말문이 활짝 열렸으며, 그의 입은 즉시 하느님을 찬미하였습니다. 

    보십시오. 비록 더디게 여겨질지 모르겠지만 기다리고 또 기다리다보면 하느님의 구원은 반드시 올 것입니다. 아직 때가 무르익지 않아서 조금 늦을 뿐입니다.

    우리도 이 한 세상 살아가다보면 즈카르야 같은 입장에 놓이게 됩니다. 조금도 원치 않은 이해하지 못할 황당한 사건을 체험합니다. 정말 억울하고 난감한 사건에 휘말리게 됩니다. 하느님이 계시다면 어떻게 이런 일이, 하는 기가 막힌 일도 경험합니다.


    그 순간 우리가 기억할 인물이 있습니다. 바로 즈카르야입니다. 이해 못할 상황, 납득하기 힘든 현실 앞에서도 꾸준히 하느님을 믿고 희망했던 즈카르야, 오랜 침묵 속에서 최선을 다한 기도를 계속 바쳤던 즈카르야, 비록 한 템포 늦었지만 하느님께는 불가능이 없다는 것을 굳게 믿은 즈카르야였습니다.



†살레시오회 한국관구 부관구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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