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102-남한산성 일주

[일정]

1023 지하철 산성역 2번 출구에서 버스로 남한산성 남문 정류장 도착

1030 남문(至和門) 출발

1049 제2 남옹성치(南擁城雉)

1117 동문(左翼門)

1138 장경사(長慶寺)

1207 동장대터(東將臺趾)

1220 군포지 도착. 점심

1256 출발

1314 북문(全勝門)

1335 서문(右翼門)

1347 수어장대(守禦將臺)

1417 남문으로 회귀

[활동]

3시간 54분/10.5km

[참가자]

곽성균, 김용수, 김시영, 서병일, 양승찬, 우갑상, 이용남, 임충빈, 최택상, 홍기창

[낙수]

  임인년을 맞이하면서 마음을 가다듬고 뜻을 정성스럽게 하기 위해서 다시 산을 찾는다. 지난해 12월 31일 위례둘레길~벌봉~남한산성 북문 산행시에 1월 2일에 신년 산행으로 남한산성 일주 산행을 하기로 약속한 터였다. 마침 새벽에 신년맞이 첫눈까지 내려서 우리들의 산행을 독려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였다. 사소한 자연의 기미에서도 내 행동에 좋은 의미를 부여하고자 하는 자신을 발견한다. 더욱이 오늘은 신년 초이틀임에랴. 지하철 산성역에는 비슷한 마음가짐을 가졌으리라고 생각되는 친구들이 9명이나 나와서 신년 눈 산행에 대한 설렘을 부딪치는 주먹인사로 주고받는다.

  남한산성 일주 산행은 거리로는 약 11km 정도이고, 순전한 산행 소요시간은 3시간이면 충분한데다가 남문에서 북문까지 및 북문에서 동문까지의 일부 구간을 제외하면 고저차가 그다지 심한 편이 아니어서 누구든지 어렵지 않게 완주할 수 있다. 적설시에는 가파른 돌계단 구간에서는 조심하여야 하지만 아이젠의 착용이 반드시 필요한 것도 아니다. 다만 지하철 마천역에서 남한산성의 연주봉 옹성까지나 산성역에서 능선을 따라 남문까지의 구간을 걸어가는 루트를 선택한다면 1시간 30분 정도를 더 투자하여야 한다.

  조선왕조사에서 가장 비참하고 굴욕적인 현장 중의 하나인 남한산성의 중심지는 한낱 먹거리촌으로 변하고 말았지만, 일주로에서 만나는 소나무 숲은 남한산성이 간직한 비경 중의 으뜸이다. 근자에 개수된 여장(女牆)은 남한산의 능선을 따라 끊이지 않고 굽이치고, 여장의 옆으로 이어지는 성곽길은 푸른 소나무 숲과 잘 어우러져서 역사의 비극을 잠시나마 잊게 해준다. 남한산성의 정정한 소나무들은 굽어지고 휘어질망정 꺾이거나 부러지지 아니 하고 수 백 년을 버티어 온 모진 생명력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듯하다. 다만 신년을 맞아 마음을 다스리고자 찾은 산에서 지나간 역사나 한탄하면서 보낸다는 것은 부질없는 것이니, 오늘만큼은 자연의 아름다움만을 느끼면서 지내도록 한다.

  11시가 넘으면서 하늘은 점차 개고 쌓여있던 많지 않은 양의 눈조차 아쉽게도 조금씩 녹고 있었다. 눈이 남아 있는 여장의 상부(여장옥개석)에 “서울고 22회 산우회 신년산행”이라고 적어 본다. 신년의 첫눈 위에 무언가를 남기고 싶은 심정은 동심(童心)인가 노심(老心)의 절실함인가.

  북문을 지나면서 서문을 거쳐 수어장대까지는 남한산성에서 가장 붐비는 널찍한 산책구간이다. 오늘도 신년 첫눈을 기리는 인파들이 적지 않았다. 우리 일행 역시 어느 사이에 그 인파 속으로 섞여 들어갔다. 첫날의 시간이 멀지 않아 일상의 나날로 혼입되어 가듯이 우리가 지나온 여장의 아름다운 굽이 또한 저 멀리 한남정맥의 아스라한 회색빛 산 능선을 배경으로 스며들듯 사라져가고 있었다.

  짧은 산행거리 덕에 2시가 조금 넘은 시간에 이미 출발점인 남문 앞에 도착하고 말았다. 신년 첫 산행치고는 다소 짧은 산행이 아닌가도 생각되었지만 눈 산행으로 마음도 조금이나마 정화되지 않았겠나 하는 긍정적인 생각이 들었다. 시작이 좋았으니 금 년 한해도 좋은 산행이 이어갈 것 같은 희망을 가진 채 일행은 세 명씩 조를 나누어서 대로에서 벗어난 식당으로 향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