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618-칠보산(총산 백두대간팀 주관, 특별산행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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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영 작성일22-06-20 16:12 조회325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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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18-칠보산(총산 백두대간, 특별산행 10)
[일정]
0732 압구정동 공영주차장 출발
0948 충북 괴산군 칠성면 쌍곡리 떡바위 입구 주차장 도착
0950 떡바위 산행 들머리
1050 청석재 삼거리 능선
1114 칠보산(778m) 정상
1130 점심
1208 출발
1314 할목재 삼거리
1333 쌍곡폭포 도착, 캔맥주, 수박, 탁족
1445 쌍곡폭포 출발
1455 쌍곡 휴게소 회식장소 도착
1655 출발
1910 압구정동 도착
[참가자]
최택상, 김시영(총산 백두대간 100산 팀 32명에 합류)
[활동]
4시간 미만/8km/15,000보
[낙수]
괴산군의 칠보산은 한반도 남쪽의 거의 정중앙에 위치하는 산이다. 속리산 국립공원 권역에 속하는 산이기는 하지만 속리산의 중심부로부터 북쪽으로 멀리 떨어져 있고 특히 백두대간의 소백산 구간에서도 서쪽으로 벗어난 산이다. 그래서 만일 산에게도 인간처럼 의식이 존재한다면 소외감을 느낄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이런 소외감은 칠보산이라는 이름을 얻음으로써 보상 받는다. 불경에서 말하는 칠보란 금, 은, 유리, 마노(석영), 거거(조개의 일종), 파리(수정), 산호 등 일곱가지 보물을 지칭한다(파리와 산호 대신에 진주와 매괴를 넣기도 한다). 예전에는 봉우리가 일곱 개라고 해서 칠봉산이라고 불렀다고 하나 실제로는 크고 작은 봉우리가 10개나 이어진다. 그러나 곳곳에 계단이 설치되어 있는데다가 울창한 숲을 이룬 적송 군락지가 이어져서 언제 열 개의 봉우리를 지났는지 알아채기가 어렵다. 2015년 4월에 등산했을 때와는 달리, 등산객이 쉽사리 접근할 수 없는 경치 좋은 벼랑에 계단을 설치하는 방법으로 등산로를 새롭게 정비함으로써 풍광은 더욱 훌륭해진 반면에 산행은 한결 쉬워진 느낌이었다.
산행 들머리인 쌍곡계곡 하류의 떡바위 부근의 계류는 6개월 이상 지속된 심한 가뭄에 수량이 절대 부족하여 물소리조차 미약하였다. 계곡을 따라 상류로 조금 올라가자 계류의 흐름은 이내 끊어지고 바위 아래쪽에 듬성듬성 남아 있는 물웅덩이에는 버들치들이 생기를 잃은 채 옹기종기 헤매고 있었다. 물이 마른 계곡에 산행 인파만은 적지 않게 몰려 와서 계류음 대신에 여성 등산객들의 시끄러운 목소리가 간간이 들렸다. 원래 계곡의 물소리는 심산의 적막감을 더해주지만, 산악 동호회원 일행끼리 주고받는 큰 목소리와 자신의 흥겨움을 여러 사람과 나누어 가지려는 듯이 고음으로 켠 휴대폰의 음악소리는 산중의 고요함을 일순간이나마 흔들어놓기가 일쑤였다. 정상으로 오르는 가파른 경사길이 1시간 이상 이어지자 타인의 등산을 방해하는지조차 알지 못하고 좁은 산길 가운데를 막아서서 휴식하는 사람들도 이따금 만났다. 오래 전에 일본 북알프스의 야리가다케의 좁은 등산로에서 만난 일본의 할머니들은 자신들이 상행임에도 불구하고 거의 예외 없이 하산하는 젊은 우리들에게 길을 비켜주었다.
산행 종료 지점 가까운 곳에 있는 수량이 풍부하게 쏟아지던 쌍곡폭포조차 폭포의 외양만 간신히 유지할 정도로 작은 물줄기가 졸졸 떨어지고 있었다. 바위에 걸터앉아 얕아진 소(沼)에 발을 담가 본다. 바닥에는 나뭇가지와 썩어가는 나뭇잎 부스러기가 쓸려 내려가지 못한 채 잔뜩 깔려 있어서 조심스럽게 발을 씻지 않으면 조그만 파문에도 물이 흐려진다. 이 때 어깨와 팔뚝, 등에 잔뜩 문신은 한 덩치 좋은 젊은이들 대여섯 명이 튜브 등 물놀이 기구를 가지고 몰려오더니 팬티 바람으로 소 안으로 뛰어 들어 소 주위를 뒤흔들어 놓는다. 생각해보면 골프나 등산과 같이 감시의 눈길이 뜸하고 자유의 정도가 높은 활동일수록 그에 비례하여 자율의 정도도 높아야 한다. 국가 권력과 자율 간의 관계에서도 같은 말을 할 수 있다. 자유국가일수록 개인에게 맡겨진 도덕율이나 자율의 비중이 커지는 반면에 독재국가에서는 국가 권력이 개인의 행동을 통제하는 분야가 확대되기 때문에 자율이 지배하는 영역은 그만큼 축소된다. 자유국가에서 교육을 통한 시민의식의 함양이 더욱 요구되는 이유이다.
이날의 등산은 동문산악회의 백두대간 팀이 주관한 행사여서 산악회 선후배간의 정은 더욱 돈독한 듯하였고, 집행부의 임원들이 힘든 업무를 자발적으로 수행하는 모습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등산 인구의 폭발적인 증가에 따라 점점 무례해지는 일반적인 산행 문화와는 달리, 동문 산악회의 그것은 자율 속에서 선후배간에 깊은 정을 나누는 아름다운 전통이 끊임없이 이어지리라고 확신한다.
-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