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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우회 산행일지

2012년 | **120225남미아콩카구아 등정기(글:이종현) → 전문인용&사진2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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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도 작성일12-05-02 12:36 조회2,90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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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신 보고/2월 5일 (일요일)
 
남미 아르헨티나 안데스산맥 아콩카구아 정상 (6,962 미터)등정.
일행: 한왕용 대장+ 아빠 + 후배 정해일 부부 = 총 4명
 
이곳 LA 도착했어요. 비행기가 새로 도입한 보잉 380이라네. 이코노미석에 낑겨앉아 10시간 꼬박 와서 이곳 LA에 도착했어요. LA 날씨가 너무 좋아. 그냥 바닷가로 달려나가 시원한 바닷바람 맞으며 맛있는것 먹고싶네.
 
어쨌든 이곳에서 5 시간 기다렸다가 칠레 산티아고로 들어가야 한다. "산티아고" 라는 발음에서 나는 느낌이 매우 이국적이고, 산뜻하고, 청결한 그리고 무척 카톨릭적인(?) 느낌이야.
 
그런데 문제가 생겼네. LA/Santiago 칠레 항공이 취소가 되었단다. 급기야 알아본 것이 LA/Maimi=> Maimi/Santiago 라고한다. 한3시간 비행기를 더 타야 할 모양이다. 우선 화 내지 말고 항상 즐거운 마음으로 가기로 엄청 작정을 했지.
 
해외 여행을 하면서 한가지 꼭 지키는 법칙이 있지. 도착 즉시 한국 시간은 바로 잊어버리고 현지시간으로 즉시 시간를 바꾸고 몸과 마음을 현지 시간에 바로 적응 시키는 것. 서울시간 새벽 3시반을 생각하면 무척 피곤한테 여기 시간 오전 10시 반을 생각하면 그럭저럭 견딜만해. 인간 생체리듬의 착각?
 
지금 LA/Miami 비행기안에서 딸들에게 산행 첫날 보고합니다. 최종 목적지 멘도사에 도착하면 현지시간 내일아침 오전 10시 라고 하네. 서울에서 오후 3시 비행기를 타고 아침을 두 번 보게 되니까 결국 이틀 밤을 꼬박 세는 것이 첫 일정이구만. 시간 감각 완전 상실이야. 지금까지의 해외 여행중 가장 먼거리임을 다시 한번 확인하네. 또 메일 보내께. I love you all.
 
 
2신/2월 7일 (화요일)
 
어제 이곳 멘도사에 도착. 저녁 참 맛있게 먹었네. 돼지고기 pork chop & vegi 를 시켰는데 지금까지 먹어본 돼지 고기중 제일 맛있어요.  마침 옆에 안자 있던 외국 사람하고 이야기를 하게 되었는데 체코와 홀란드에서 온 사람이라는데 젊은 사람들이 아주 멋있게 생겼어. 엄마가 보면 뿅가겠다. 둘 다 같이 아콩카구아 산에 간데. 우리하고 일정이 같아 정상에서 만나자고 했어.
 
여기 도시 첫 느낌은 사람들이 아주 좋고 항상 즐겁게 사는 것 같아. 라틴 아메리카적이야. 경제적으로 픙요롭지는 않지만 삶에 여유를 느껴. 여기 도시이름 멘도사. 아르헨티나야.
 
여기 시에스타 가 오후 12시부터 오후 5시 까지인데 그시간 동안은 점포가 모두 문 닫어. 저녁 식사 시간은 보통 9시 부터야. 미니 유럽이라고 할 정도로 노천카페가 많네요. 이곳 멘도사 인구 2백만. 3백년전 스페인사람이 들어와서 세운 도시라고 하네. 잘생긴 남자들은 많은데 이쁜 여자들은 별로 없어.

어제밤 타이레놀 PM 을 2알 먹고 아주 푹 잤어. 걱정했던 시간차는 하루만에 완전히 극복한 느낌. 오늘 아침 여기 관청에서 등산허가 받고 점심 먹고 지금 아콩산 입구 리조트 (페르텐데스)로 이동중. 차로 약 2시간. 점심은 치킨 센드위치 시켰는데 아주 굿 쵸이스. 옆에 스파게티 주문한 친구들은 모두 실패. 아직까지는 음식운 좋아.
 
이곳 날씨는 환상적. 강렬한 태양, 기온 30도, 건조함, 쾌적한 바람, ㅎㅎㅎ
멘도사에서 페르텐데스(2,700m)까지 미니 버스로 이동. 완전히 황무지 산악지대. 산에 나무가 하나도 없어. 잡풀만 듬성듬성 보이고, 가끔씩 선인장도 보이고... 미국 LA에서 네바다 사막지대를 통과하는 느낌. 근데 바람이 장난이 아니요.
 
저녁 먹으러 오란다. 오늘은 이상. 내일부터 걷기시작. 베이스 켐프까지 꼬박 3일.
 
3신/2월 8일 (수요일)
 
어제 이곳 페르텐데스 리조트 (2,700)에서 1박. 어제 밤은 많이 설쳤다. 약을 먹었음에도 불구하고 깊이 못 잤다. 룸메이트 한왕용도 거의 잠을 설친 것 갔음.
엊저녁 식사는 pork chop을 먹었는데 계속 성공. 여기 돼지고기 스테이크는 정말 끝내준다. 일행들이 주문한 소고기 스테이크는 기대 이하. 아콩카가 등반을 끝내고 내려오는 팀들과 섞여 저녁식사. 모두 새카맣게 탄 얼굴들. 정상의 바람이 시속 100km (?) 란다. 엄청난 바람 속도인 것 같다.
 
오늘 아침부터 본격적인 등반시작. 메인짐은 말편으로 베이스켐프까지 별도로 이동. 우리는 배낭 하나만 지고 3일 동안 올라가면 베이스켐프 도착하여 우리짐을 만날 예정.
 
아이폰이 되지 않아 급한 메일은 이곳 숙소 사무실 노트북으로 해결. 아침부터 일본에서 좋은 소식이 전해진다. 기분 좋다. 이곳 숙소는 완전 인터네셔널! 온갖 잡종들 다모였다.
 
날씨는 계속 crystal clear! 아침 섭씨 18도. 속살을 완전히 드러낸 민둥산들인데 그 광활한 스케일이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그로테스크한 산들 그 모습.  황무지의 산. 안데스산맥 첩첩 산중에 있다. 히말라야 보다는 전반적인 인프라 훨씬 잘되어 있다.
 
 오후 4시 반 제1켐프에 도착. 첫번째 텐트 설치. 아침 시작 한 두시간은 걷기가 무척 힘들었는데 두시간 정도 걸으니까 워밍엎 되고 몸이 한결 가볍다. 이곳 산세의 모습 엄청 나한테 충격이다. 도대체 이런 엄청난 규모의 산세는 히말라야와 전혀 다른 모습이고, 중국산들과 또 다르며 일본 알프스 산맥과는 전혀 다른 차원이다. 아직 7천미터 정상은 이제 시작이지만 많은 기대.
 
4신/2월 9일 (목요일)
 
어제 콘프렌시아 캠프 (3,500) 에서 1박. 이제부터는 텐트 생활이다. 역시 잠이 제일 중요하다. 어제 밤도 계속 잠 설쳤다. 그러나 어쩌랴 이유불문. 산엘 가야 하는데... 오늘 산행은 고소적응을 위한 8시간 산행이다. 오늘 4,200 (플라자

프란시아켐프)까지 올라 갔다가 다시 3,500으로 내려와 오늘밤 여기서 하루 더 잔다. 고소 적응을 위하여 필수코스다.
 
아침 먹고 8시 신체검사 받으러 갔다. 혈압과 혈중산소 농도를 검사해야 한다. 혈압이 높으면 더 이상 못 올라간단다. 일행 4명 모두 검사실로 갔는데 나하고 정해일 두명 모두 혈압이 80/160이 나왔다. 깜짝 놀랐다.  오늘 소금 먹지 말고 오후에 와서 한번 더 검사 받으란다.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좀 당황. 아침부터 갑자기 헬리콥타소리가 요란하다. 오늘 새벽 아콩카구와 남벽에서 3명 추락사고가 있었단다. 그래서 오늘 목적지 프란시아켐프는 폐쇠한단다. 기분이 좀 거시기 하다.
 
아콩카구와 남벽코스는 원래 악명높다. 4천에서 7천까지 수직 절벽인데 3천을 한번에 치고 올라가야 한다. 중간에 절벽에서 하루 비박을 하고 정상 정복하는 매우 험하고 위험한 코스다. 아직 한국등산 미정복 코스다. 반면 우리가 가는 북사면을 코스는 그렇게 험하지 않다.
 
어쨌든 아침 9시, 새벽 북벽 조난사고로 프란시아 캠프가 폐쇄된 관계로 다른코스를 택하여 고산 적응 훈련 후 오후 5시 즈음 캠프로 돌아왔다. 저녁 먹기 전 다시 Medical check up 했는데 이번에는 80/180 이 나왔다. 일행 정해일은 80/140으로 통과. 일행 모두 갑자기 심각. 우선 혈압약 2개를 처방 받아 먹고 내일  아침 8시 한번 더 혈압 검사 받기로 함. 매년 하는 정기검진에서 80/120 지극히 정상이었는데 왜 이런 결과가 나왔는지 알 수가 없다. 참 난감하다. 아무튼 까지 내일 아침까지 기다려볼 수밖에..
 
내일 산행은 프라자 뮬라 베이스켐프까지 9시간 산행. 착잡한 마음으로 슬리핑백 속으로 기어든다.
 
 
5신/2월 10일 (금요일)
 
어젯밤은 오랬만에 아주 푹 잤다. 혈압 약까지 먹고 조금은 우울한 마음으로 슬리핑백 속으로 기어들어갔는데 그대로 잠들어 버린 것 같다. 밤 10시 부터 잤으니까 새벽 6시 까지 용변 때문에 한 번 깨고 그냥 잠 속에 파묻혀 버렸던 것 같다. 기분은 아주 개운. 오늘 아침 출발 전 다시 검사해보니 80/150 이란다. 아직 높지만 약 덕분인지 그래도 조금 떨어져 다행이다. 일행 정해일은 오히려 80/150으로 다시 높아져 약 처방을 받고 조금은 우울하다.  혈압 때문에 더 이상 올라가지 못하게 할까봐 노심 초사하였는데 그냥 혈압 약 주면서 위험 관리는 본인이 하란다. 맞는 말인 것 같다.
 
아침 8시 콘프렌시아 캠프 출발하여 오후 5시 베이스캠프 (Plaza de Mulan, 4,300m) 도착하다. 꼬박 8시간 산행. 5시간은 계곡을 따라 걷고 3시간은 계속 올라 갔느데 신고식 치고는 시작부터 정말 힘든 산행이었어. 일행 중 한 명은 거의 탈진 상태. 해발 3,400 에서 4,300을 하루에 치고 올라가는 것은 조금 무리였던 것 같다.
 
어쨌든  오후 5시 이곳 베이스캠프에 도착해 짐을 풀다. 앞으로 약 10일 동안은 이곳에서 켐프1,2,3을 오르락내리락 하면서 마지막 날 정상 공략 (6962 미터) 을 할 예정이다. 7 천미터의 고소 적응이 역시 문제. 일행 1명의 상태가 좋지 않아 내일 바로 캠프1 등정은 어려울 것 같다. 내일은 하루 종일 베이스 캠프에서 쉬면서 체력 조절을 하기로 하다.
 
이곳 베이스캠프는 텐트가 약 100여개 설치되어 있고 인터넷등이 가능하단다. 무척 규모가 크다. 주영, 서연 생각하면서 잠자리 든다. 하늘에 별들이 엄청 쏟아진다.
 
 
6신/2월 11일 (토요일)
 
조금 전 여기 베이스캠프 와이파이가 되어서 그동안 밀렸던 소식 2~5신까지 딸들에게 모두 보내고 나니 기분이 아주 좋다. 주영이는 운전 중이었고 서연이 카톡이 되었는데 잠깐 인사말밖에 못했네요. 여기 인터넷 30분에 18$. 좀 비싸지만 그래도 이곳 안데스 산맥 첩첩 산중에서 가족과 연결이 된다니까 기분째진다.
 
조금전 만난 일본여자 쿄토에서 왔다는데 남자친구들은 정상에 올라갔고 본인은 베이스캠프에 남아서 내일 내려오면 생일 축하한다고 축하 플래카드를 쓰고있네.
 
오전에 만난 중국팀은 7명이 왔는데, 우리 팀대장이 히말라야 8천미터 고봉 14 좌를 마친 사람이라니까 꺼뻑 죽네. 같이 사진 찍자고 난리.  8 천미터 14좌를 마친 사람이 세계에 21 명밖에 안되니까, 가는 곳마다 우리 한왕용 팀장 보면 같이 기념사진 찍자고 난리다. 본인은 참 겸손하고 심성이 좋아. 국내 TV에서 많이 나왔다고 하네. 중국 팀중 한명은 히말라야 초유에서 한번 만난 적있다고 엄청 좋아 하더구만.
 
이곳 워낙 자외선이 강해서 하루 평균 3~4 회 선크림 열심히 찍어바른다. 서울가서 시커먼 얼굴로 사무실 나가면 실례???  엊저녁은 오랬만에 김치찌개 먹었어. 오늘 아침은 된장국. 오랬만에 한대장이 솜씨를 발휘하여 잘 먹었어. 점심은 라면. ㅎㅎㅎ 
 
내일 아침 약간 눈발이 날릴 것이라는 일기예보. 등반에는 별지장은 없을 것이라는 등반대장 이야기. 이제부터 본격적인 등반 시작. 캠프 1,2,3을 치고 마지막 정상 공격. 많이 긴장 된다. 내일등반은 1캠프 갔다가 베이스켐프로 돌아 오는것. 총 6 시간 예상.
 
참고로 내일부터의 등반은
1일: 캠프 1 (5,000)까지 갔다가 베이스캠프(4,300)로 와서 잔다.
2일: 캠프 2 (5,500)까지 갔다가 캠프 1에서 잔다
3일: 캠프 3(6,000)까지 갔다가 캠프 2에서 잔다
4일: 캠프 3에서 일박 후 정상(7,000) 등정하고 베이스캠프까지 바로 하강.
 
Good night!
 
 
7신 보고/2월12 일 (일요일)

 
오늘 캠프 1 (5,000) 까지 순조롭게 등반하고 베이스캠프로 귀환. 총 6시간 등반. 날씨가 아주 좋지않다. 아침 8 시 출발하였는데 오르는 도중에 콩알 정도 크기 우박이 한시간 정도 내리더니 날씨가 안 좋다. 해가 뜨지 않으니 무척 춥다. 해가 나고 안나고의 기온 차가 순식간에 20~30 도. 서울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기온 차이다.
 
캠프 1에서 라면 하나씩 끓여먹으니 날씨가 갑자기 추워졌다. 내일 다시 올라와 텐트 칠 자리 확보해두고 약 200 미터 더 올라갔다가 바로 베이스캠프로 내려왔다. 지금 상황으로서는 4일 뒤 예정하고 있는 정상공격시의 날씨가 가장 큰 걱정거리다. 여기 베이스캠프에서 앞으로 5일간의 일기예보를 매일 발표하는데 오늘 발표에 의하면 내일 오전 눈 5 센티 예상. 4 일 뒤 정상의 바람이 시속 60~70 킬로 예상. 시속 40 킬로미터 이하가 되어야 정상 등정이 가능한데. 좀 걱정. 정상까지 눈은 별로 없는데 바람이 가장 큰 문제. 여유날짜를 3일 갖고 있는데 잘되리라 믿는다.
 
일행 중 정해일이 캠프 1 등반 시 입술이 검파래져 조금 걱정하는 눈치. 아빠는 비교적 몸 컨디션이 좋은 상태. 저녁은 카레+ 미역국. 대장의 음식솜씨가 보통이 아니다. 저녁 식사 보통 7시 . 식사 후 잡담하다가 10 시쯤 각자 텐트로 이동 취침. 아빠는 혼자 텐트 쓰는데, 서울서 가져온 흑선이라는 소설 자기 전에 조금씩 본다. Wet tissue 한 장으로 얼굴 닦고 잠자리에 든다. 주영, 서연, 마누라 굿나이트!
 
 
8신/2월13 일 (월요일)
 
아침 베이스 캠프, 마음이 무겁다. 산 정상의 날씨가 심상치 않다. 바람의 속도가 가장 큰 변수인데, 어제 아침 정상등정에 나선 각국 팀들이 모두 오늘 오전 속속 모두 철수하여 베이스캠프로 내려왔다. 3캠프에서 정상 향해서 2시간 남짓 가다가 심한 바람 때문에 모두 철수하고 베이스캠프로 내려온 상태. 러시아, 중국, 미국 팀, 그리고 혼성팀 약 20여명. 내일 다시 2 캠프까지 바로 올라가 일박 후 다시 정상 도전하겠단다. 이곳 베이스캠프 날씨는 햇빛 짱짱. 매우 좋다.
 
우리 팀은 오늘 오후 4시쯤 출발하여 1 캠프까지 가서 (3시간 등산)1 박하고 내일 2캠프로 향할 예정. 날씨만 받쳐주면 3일 뒤 정상도전이 가능한데, 지금 일기예보는 목/금요일이 풍속 시속 60-70 키로. 지금 기상 상태로는 전혀 정상부근 접근 불가! 토요일은 눈까지 예보. 그저 하나님께 비는 심정으로 무작정 대장따라 떠나기로…
 
점심은 라면으로 때우고 2시간 뒤 1캠프로 향한다. 무거운 짐은 일부 포터 편으로 1캠프로 보내고 대장이 엄청 무거운 짐으로 도와주어 우리는 필요한 짐만 배낭에 챙긴다. 이제부터는 우리가 직접 텐트치고, 걷어야 한다. 체력적인 부담이 조금씩 더해진다. 다시한번 장비 점검. 위에서는 추위와의 싸움이 제일 힘들다고 한다. 오늘 일기 예보에 의하면 정상 체감온도 영하 35 도. 정해일 부부의 사랑애는 가히 초특급. 정말 보기 좋다.
 
 
9신/2월14 일 (화요일)
 
캠프 1에서 일박. 어제 밤은 정말 힘들었다. 도대체 내 왜 이 고생을 하나.  바로 보따리 싸서 집에 가고 싶은 마음밖에 없더라. 밤새도록 바람이 텐트를 두드리는 소리에 거의 못 자고 새벽에 바람이 좀 잣아 들면서 조금 눈 부쳤다.
 
잠을 거의 못자니 일행 모두 힘이 없다. 어쨌든 오늘 캠프 3까지 올라 갔다가 캠프 2에서 잘 예정이다. 다행히 날씨는 예보와는 달리 좋아 지는 것 같다. 체력이 벌써 많이 소진된 느낌이다.
 
정상 등정 후 내려온 러시아 팀과 사진 찍다. 아주 자신만만하다. 갑자기 튀어나온 오은선 14좌 이야기는 여기 러시아 팀에서도 화제다.  여러 가지 듣기 불편한 경험담(?) 듣다. 아무래도 오은선이 잘못한 모양이다.
 
 
10신/2월 15일 (수요일)
 
캠프 2에서 일박. 정말 추위와 바람과의 싸움이다. 어젯밤 잘 때 마지막 우모복까지 뒤집어 쓰고 슬리핑백 속으로 들어갔는데도 너무 추워 거의 못 잤다. 낮에도 해가 가리면 순식간에 영하 10도. 해 뜨면 영상 20도. 낮 동안 텐트 안은 사우나. 하여간 하루 24 시간이 영하 20~ 영상20 도.
 
오늘 마지막 캠프 3까지 왔다. 2캠프에서 오전 10 시 출발하여 3캠프 (6,000)도착 12 시 반.  오늘 오후 쉬었다가  내일 오전 4시 출발하여 정상 도전. 내일 산행 12 시간. 해발 1000 미터를 한번에 치고 오르는 재일 힘든 마지막 코스다. 이곳 캠프 3 바람이 무척 강하다. 내일 오전 바람이 줄어들기만을 빈다.
 
여기 캠프 3에서 텐트 치고 있는 약 10 여개 팀들 모두 표정심각. 내일 정상 오르지 못하면 모래 금, 토 요일은 바람이 더 강해져 정상 등반 전혀 불가. 베이스캠프까지 일단 철수 해야 하는데 일단 베이스캠프까지 철수하면 체력적으로 다시 오르기는 어렵다. 그저 하늘에 비는 수밖에...
 
어제는 고소 때문에 머리가 아파 좀 고생했는데 오늘은 좀 낮다. 어제부터 변이 안 나온다. 밤마다 자다가 소변 때문에 두 번씩 꼭 일어난다. 한밤중 자다가 일어나 영하 20 ~30 도 떨어진 텐트바깥으로 나가기 정말 싫다. 하루에 평균 2 리터씩 물을 마신다. 고소 적응 때문이다. 그래도 새벽 2 시에 보는 하늘의 별은 장관이다.
 
 
11신/2월 16일 (목요일)
 
 새벽 3시 일어나 간단한 준비하고 아침 누룽지 끓여 먹고 4시 출발하다. 엄청 춥다. 체감온도 영하 30~40도. 이렇게 까지 추울 지 몰랐다. 아무튼 출발. 정상까지 8 시간 등정 후 베이스캠프까지 하강 4 시간 총 12시간, 이제 정상공격이다. 대장 포함 총 4명. 옆 캠프 사우스 아프리카 팀 9 명도 같은 시간 출발.
 
열심히 걷고 또 걸었는데 6,400 에서 추위, 바람 때문에 일행 모두 탈진. 결국 베이스 캠프로 철수 결정. 600 미터 남겨두고 정상공격 실패. 정상 부근 바람이 너무 강했고 (시속 50~60 키로), 너무 추웠다. 아쉬웠다. 오늘 정상 공격 팀이 모두 30 여명. 모두 실패하고 베이스캠프로 철수. 정상 부근 체감 온도 영하 37도 라고 한다. 생전 처음 겪어보는 추위다. 너무나 아쉬웠다.
 
일행 모두 베이스캠프 (4,300) 로 철수. 저녁 식사 후 일행 모두 앞으로 일정 상의하다. 정해일은 2 차 공격은 지금 체력상 도저히 못하겠단다. 어쨌든 남은 예비일이 3 일 있기 때문에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기로 했다. 여기에서 지금 일기예보로는 일, 월요일이 최적이다. 체력의 문제는 있으나 금, 토 이틀 쉬면서 생각해 보기로 하다.
 
아쉬움 뒤로하고 맥주 하나씩하고 슬리핑백 속으로 기어든다. 주영, 서연, 마누라 good night! 걱정하지 말고, 할만하니까 하느기여잉!
/ 아빠.
 
 
12 신/2월 17일 (금요일)
 
오늘 하루 종일 베이스캠프에서 쉬다. 정해일이 몸 컨디션이 좀 낳아 보인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
정은 산정상은 어떻게 하든 꼭 가야 한단다. 헬리콥터를 동원해서라도 정상에서 사진 한장은 꼭 박아야 한단다. 헬리콥터를 알아보니 정상까지는 군사용 이외는 허가를 안 해 준단다.
 
현재상황은 캠프2까지 헬리콥터로 가고 캠프 2부터 걸어서 캠프3~정상으로 하겠다는데 다시 한번 확인이 필요하다. 헬리콥터 인원은 2 명 제한이다. 우선 일요일 정상 재도전하기로 결정. 대장과 아빠는 베이스캠프에서 3 캠프로까지 바로 치고 올라가고, 정과 와이프는 헬리콥터로 캠프 2까지 와서 캠프 3으로 걸어서 합류하는 것으로 잠정합의. 정의 정상등정 의지는 대단한데 무릎이 따라주지 못한다. 정의 와이프의 체력은 참으로 대단하다.
 
정상 도전 실패한 다른 나라 팀들도 일기 예보 체크하면서 하루 보낸다. 첫 등반 실패, 아빠 기분이 묘하다. 인생도 이런 것이라 생각해 본다. 첫 등반 실패 후 체력은 엄청 떨어지고 의지도 많이 꺾이고, 모든 게 귀찮아 그냥 철수하고 싶은 생각뿐인데, 그래도 다시 한 번 도전해 볼 수 있으면 해봐야 하는 것이 인생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이곳 베이스캠프에 갤러리가 하나 있다고 하여 점심 후 들러보았는데 그림들이 꽤 좋다. 화가가 직접 그리면서 매장도 운영하는데 화가 이름이 Doura. 전형적인 히피 화가모습. 색감과 표현이 무척 강하다. 한 장 살까 하고 가격을 물어보았다니 조그만 소품 한장이 2~3 천달라. 너무 비싸다. 깎아도 20% 정도. 0 이하나 빠지면 한 장 사겠는데... 정도 그림들이 무척 좋단다.
 
주영, 서연 그리고 마누라, 보고 싶다. 빨리 끝내고 호텔 내려가서 뜨거운 샤워 하고 싶다. 손톱이 새까맣다.
 
 
13 신/2월 18일 (토요일)
 
아침 식사 후 결정하다. 대장과 아빠는 일요일 아침 7 시 베이스캠프 출발하여 캠프 3까지 바로 치고 올라간다. 8 시간 소요. 정과 와이프는 헬리콥터로 캠프 2까지 이동한 후 캠프 3까지 걸어 올라와서 합류한다.
 
일요일 밤은 모두 캠프 3에서 자고 월요일 새벽 5 시 정상 공격한다. 공격 성공 후 2 캠프까지 내려오면 헬기편으로 정과 와이프는 처음 매표소 (페르덴테스)까지 이동한 후 바로 자동차편으로 멘도사로 이동한다. (헬기총비용: 5,600$) 아빠와 대장은 캠프 2에서 자고 화요일 베이스캠프로 내려와 짐 정리등 1 박하고 수요일아침 매표소까지 다시 8 시간 걸어 내려간다. 매표소에서 멘도사로 자동차편으로 이동한다. 결국 정과 와이프 팀은 우리 팀보다 이틀 먼저 멘도사에 도착하는 셈이다. 아빠는 좀 힘들더라도 모든 일정을 애초 예정대로 하기로 했다.
 
지난 1차 정상등정 실패한 팀들 거의 모두 오늘아침 정상포기하고 베이스캠프에서 하산했다. 아쉬운 모습들이 얼굴에 역력하다. 특히 체코와 홀란드 2 명이 친하게 지냈는데 너무 헤어지기 섭섭. 아빠 이메일 주소 주고 한국 올 때 연락하라고 했다.
 
오후 들어 새로운 팀들이 속속 베이스캠프로 도착한다. 오늘까지 계속 눈보라 치며 날씨 좋지 않다.  내일부터 좋아진다고 한다. 다시 한 번 장비 점검하고 오후 보낸다.
 
 
14 신/2월 19일 (일요일)
 
베이스캠프에서 대장과 둘이서 캠프 3까지 8 시간 바로 치고 올라왔다. 정신이 몽롱하다. 4,300 에서 6,000 을 바로 치는 것은 엄청 무리인데... 대장 말만 믿고 해 보았다. 문제는 내일 정상 등정인데 날씨가 착해질 것이라는 예보에 기대해본다.
 
정과 와이프는 헬기로 캠프 2까지 와서 캠프 3에서 합류하였다. 아빠 체력이 내일 정상 등정 12 시간을 견뎌낼 수 있을런지...
 
15 신/2월 20일 (월요일)
 
결국 해냈다!!! Wow!
새벽 5 시 잣죽 하나로 아침 때우고 4 명 일행 출발. 날씨는 그럭저럭. 정상 기온 영하 20 도. 풍속 20 키로. Clear sky. 두 번째 도전.
 
그런데 정와이프는 6,400 에서 포기하고 하산.  무척 힘들었었던 것 같다. 아빠 포함 3명 오후 1 시 정상 도착, 정상 등정기념 플래카드 들고 사진 몇 장 찍고, 바로 하산. 캠프3 도착 오후 4 시. 모두 기진맥진. 캠프 3 도착 즈음부터 눈 폭풍을 만나 이미 눈이 상당히 내리기 시작. 캠프 2에 도착하였으나 예정했던 헬기가 폭풍으로 운행 불가. 텐트 치는 것 자체가 너무 힘들고 하여 바로 일행 모두 베이스캠프까지 철수하기로 하였다.
 
에피소드 하나/ 정상으로 올라 가던 중 6,500 지점에서 사실 아빠도 완전히 포기하고 내려가려고 하였어. 너무 추워서 이대로 계속 올라가다간 완전히 동상이야. 그래서 대장에게 난 여기서 하산하겠다고 하니, 대장이 날 한참 보고 있다가 자기하고 우모복을 바꾸어 입자고 하여 조금 염치는 없었지만 너무 추웠던 나머지 그 자리에서 대장과 우모복을 바꾸어 입었지. 그 덕분에 정상까지 겨우 오를 수 있었어. 이번 등정에 아빠가 우모복과 등산화 준비에 조금 소홀하였어. 7,000미터급 산행은 최고의 우모복과 2중 등산화는 필수였는데 두가지 다 아빠 준비가 소홀했어.
 
어쨌든 두번째 도전에 성공이라는 것이 아주 기분 좋다. 아콩카구아산행은 서울에서 생각하던 것과는 전혀 다르다. 히말라야 산행은 (인건비가 아주 저렴하기 때문에) 포터 가이드 쿡등이 모든 것을 다해주고 우리는 그냥 걷고, 먹고, 자는 것만 하면 되는데, 이곳 남미산은 극히 제한된 부분만 현지 포터를 이용하고 (높은 인건비때문에) 많은 부분은 혼자서 해결해야만 한다. 등산 문화 자체가 많이 다르다.
 
7 천미터의 고봉이라는 위용이 역시 남다르며, 이산이 뿜어내는 예측할 수 없는 엄청난 추위와 바람이 정상 등정 성공률을 2~30% 밖에 허용치 않는다. 고소는 미리 예측할 수 있으니까 별도로 치고... 일기예보 정확성이 별로 신통치 않아 그저 당일 날씨 운에 맡길 뿐.
 
베이스캠프 도착하니 밤11 시. 베이스캠프에서 밤늦은 정상 등정 자축 파티. 우선 시원한 맥주 캔 하나, 이곳 주방장 (일년에 한번 목욕하는 듯)이 차려주는 치즈, 햄, 빵등과 가져온 양주 한 병으로 밤늦게까지 이야기 꽃...
 
오늘로 아콩카구와 산행 일정은 모두 마치고, 내일부터 2 일간 멘도사에서 관광. 와이너리 방문등. 3 일 후 파타고니아 들려 남극의 펭귄한테 인사하고 29 일 서울 들어간다.
 
서울은 별일 없지요? 우리 산행대장 한왕용에게 많이 고맙고. 그리고 정해일과 와이프 함께 정말 힘들었지만 즐거웠고…. 주영, 서연 그리고 마누라 항상 고맙고, 서울에서 봐요.  내년 또 한번의 산행을 기약 하면서…
아콩카구와 에서 아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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