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 230611-마산봉(총산 여름산행 및 특별산행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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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영 작성일23-06-18 20:50 조회406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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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611-마산(봉)
[일정]
0740 압구정동 주차장 출발
1035 강원도 고성군 소재 마산 주차장 도착
1050 산행 시작
1144 선두 마산(1,052m) 도착
1204 후미 마산 도착
1210 하산 시작
1230 병풍바위 삼거리 통과
1259 890봉 통과, 너덜지대
1331 대간령(새이령, 650m)
1500 박달나무 쉼터 위쪽에서 세수
1530 출발
1541 박달나무 쉼터 도착
[활동]
4시간 50분/11km
[참가자]
김시영, 김용수, 송경헌, 최택상/서병일, 손훈재, 신원철, 이필중, 홍기창
[낙 수]
고교 동문산악회가 2023년도 여름 정기산행지로 마산(馬山峰이라고 부르기도 한다)으로 정하였다는 공고를 접하였을 때, 마산봉이 도대체 어디에 있는 산인지조차 알지 못하였다. 지도에서 그 위치를 확인해보았더니 백두대간 남쪽 구간의 최북단인 진부령의 우측에 있는 뼈대(?) 있는 산이 아닌가! 내가 올라간 백두대간의 북쪽 한계는 설악산 마등령에서 끝나는 탓에, 마등령에서도 한참 북진하여 저항령~황철봉~미시령~신선봉~대간령을 지나야 비로소 만날 수 있는 마산봉을 몰라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마산봉 산신령님을 진즉에 찾아뵙지 못한 나머지 몰라뵈서 죄송할 따름이다. 마산봉의 족보를 확인하는 순간 이것저것 생각하지 않고 마산봉까지 올라가는 A조 산행에 참가 신청을 하였다.
일요일 아침 7시40분 압구정동 공영 주차장을 출발한 버스는 3시간 후에 강원도 고성군 간성읍과 토성면의 경계에 있는 마산봉 산기슭을 깎아서 조성한 주차장에 도착하였다. 휴전선이 멀지 않은 강원도 첩첩산중인 이곳에 무슨 공사를 하는지 주차장 주변의 산기슭은 온통 파헤쳐진 채 뻘밭의 상태였고, 등산로 입구의 모 펜션은 폐업한 지 오래된 듯 을씨년스러운 모습으로 방치되어 있었다. 그러나 수십 미터를 지나 본격적인 등산로로 들어서니 바로 원시림이 하늘을 가렸고 공기의 맛 역시 대간의 그것답게 순수하였으며 녹음으로 뒤덮인 유월의 대간길은 서울 근교의 산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싱싱하기 그지없었다.
해발 620m 남짓한 마산봉 주차장에서 1,052m인 마산봉 정상까지 오르려면 가파른 산길을 430m나 치고 올라가야 한다. 22회 최강의 산꾼인 3명의 동행자는 한참 젊은 후배들보다 앞서서 불과 50여 분만에 정상에 도착하였다. 해발 4~50m정도인 수서역에서 293m인 대모산 정상까지 산책로 같은 산길을 오르는데도 50분이 족히 걸리는데, 마산봉 주차장에서 가파른 산길을 따라 정상까지 470m 고도를 불과 50분 만에 올랐으니 이들의 등산 능력이 어떤지 짐작이 갈 것이다. 참고로 나는 세 사람보다 20분이나 늦게야 간신히 정상에 도착할 수 있었다. 동기 산우회의 정기 산행 시에는 선두와 후미의 사진을 찍어주면서도 과히 뒤처지지 않고 일행을 따라갈 수 있지만, 급수가 다른 오늘 동행자들과는 산행능력에서 도대체 게임이 안 된다. 닷새 전에 이들과 월악산을 같이 등산하면서 나의 등산능력에 회의를 깊이 느꼈지만 오늘도 마찬가지였다. 다만 깨달은 점이라면 이들로 인해서 등산에 대해서 잘난척하지 못하고 스스로 겸손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강요된 겸손이긴 하지만 겉으로 보기에는 겸손이지, 꼬리내리는 것이 절대로 아니다.
잔뜩 찌푸린 이날 마산봉 정상에서 북쪽을 바라보니, 백두대간의 남한 구간의 마지막 봉우리인 향로봉 정상과 그 언저리의 능선 일부만 구름 위로 검게 보일 뿐 주변의 산들은 대부분이 구름에 가려져 있었다. 오랫동안 산을 다니다 보니 산에서 걷는 것 자체를 즐기게 되고, 정상에 오른다거나 좋은 풍광을 감상하는 것은 부차적인 것으로 치부하게 된다. 특히 백두대간을 걸어보면 산이 주는 신령스러운 기운까지 느끼는 경우가 많다. 그런 느낌은 대간이라는 실체에 내가 무의식적으로 부여한 것일 수도 있고, 애니미즘의 다른 형태일 수도 있고, 자연과의 일체감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좋아하는 명곡은 거듭해서 들어도 싫증이 나지 않듯이 산길 또한 그렇다. 그러니 이날 처음 올라온 마산봉에서 바라보는 풍광이 어떠냐 하는 것은 과히 문제가 되지 않는다.
마산봉에서 3.5km를 내려오면 해발 650m인 대간령(새이령)에 이르는데 이곳까지가 백두대간에 속하고, 대간령에서 우측으로 꺾어 내려오는 길은 “인제 천리길” 구역이다. 인제천리길 구역으로 접어들자 안개가 더욱 짙어졌다. 그곳에서부터 별다른 풍광이 없는 작은 개울을 따라 40여분간 내려오니 숲속에 마장터라고 알려진 건물이 보였다. 별장형 단체 숙박시설인 듯하였다. 그 아래쪽의 소간령 고개는 언제 지나갔는지 모른 채 통과하였다. 집결지인 박달나무 쉼터 위쪽의 개울에서 등목을 하고 나서 땀에 푹 절은 상의를 갈아입으니 출발지점으로 되돌아갈 수 있을 정도로 심신이 상쾌해졌다. 더욱이 바로 아래쪽 집결지에는 B코스로 산행한 친구들이 먼저 도착하여 불판에 고기를 구워 놓고 도수 있는 갈증 해소용 음료수를 준비한 채 우리가 도착하기를 기다리고 있을 것으로 몽상하니, 은밀한 즐거움까지 더해졌다. 시간이 정지된 듯한 백두대간 인근의 깊은 숲속에서 맛보는 음료수와 안주는 바로 넥타르와 암브로시아였다.
-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