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 230902-삼성~관악산(특별산행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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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영 작성일23-09-10 21:53 조회280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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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정]
0856 관악산역
0935 돌산(239m)
1000 칼바위(국기봉)
1018 호압사 갈림길
1043 서울대방향 삼거리
1053 군용도로
1133 무너미고개 갈림길
1140 무너미 계곡 도착
1142 팔봉능선 좌측 계곡, 점심
1213 출발
1315 팔봉능선 제2봉 인근 올라섬, 휴식
1337 연주암
1435 계곡욕
1502 출발
1517 과천향교
1535 정부청사역 인근 도착
[활동]
6시간 40분/15km
[참가자]
김시영, 송경헌
[낙수]
2018년 이래로 연중 가장 혹서기인 8월에도 빠짐없이 산을 찾았으나 금년은 예외가 되고 말았다. 원래 8월 4일에 봉화 청량산으로 등산한다는 계획을 세웠으나 더위가 너무 심하여 포기하고 말았다. 그래서 대모산의 서울 둘레길 일부 구간의 산책과 동기 산우회의 정기산행으로 관악산 선유천 위쪽의 사당능선까지 올라간 것이 금년 8월의 저조한 등산 실적의 전부이다. 등산 경기가 8월에 바닥을 쳤다고 해야겠다.
6시간 이상의 장거리 산행까지 포함하여 매달 적어도 2회 이상의 산행을 지속하다가 쩨쩨하게(실례!) 대모산과 관악산 중턱을 산책이나(더욱 실례!!) 하고 마니까, 마치 중·고교 시절에 결석한 것처럼 마음이 불편하다. 등산 강박증의 냄새가 적잖게 풍기는 이런 심리상태를 치유하는 방법은 그냥 마음 가는 대로 따라가는 것이다. 그래서 9월에 들어서자 바로 결석을 벌충하는 듯한 마음가짐으로 삼성산~관악산 등산을 하기로 작정하였다. 다만 7시간 이상 소요되는 “삼관” 등산을 혹서기에 한다는 것은-설상가상이 아니라-뙤약볕 아래서 불쬐기와 같아서 극무동지들에게조차 동행하자고 권하기가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뜻 동행하겠다는 동지가 있었으니 谷鷹선생(송골매의 경칭) 바로 그분이다.
2022. 5. 28.에 경전철인 신림선이 개통되면서 서울대 정문 옆에 노선의 종점인 관악산역이 새로 생김에 따라 관악산은 접근하기가 한층 더 수월해졌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 지하철 2호선의 신림역에서 환승한 지 10분도 채 안 걸려서 4개역 만에 관악산역에 닿았다. 소요시간을 잘 대중하지 못하여 약속시간인 9시보다 무려 15분이나 이른 8시 45분에 관악산역에 도착하고야 말았던 것이다. 솔직히 말해서 4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정해진 시간을 엄격히 준수하는 생활을 해 왔다고 자부하고 있었다. 그런데 유독 등산을 위하여 친구들과 만나기로 약속한 장소는 내가 예상한 도착시간보다 10분 이상 더 먼 곳에 있는 경우를 거의 습관적으로 경험하였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스스로 약속 시간 자체를 30분 앞당겨 둠으로써 결과적으로 약 15~20분 먼저 약속 장소에 도착하는 방법을 채택하여, 약속 장소에 대한 거리 내지 시간 상의 오류로 초래된 단체 활동의 불편을 해소할 수 있었다.-쉽게 표현하여, 30분 일찍 출발하자 친구들이 상습적으로 지각하던 나를 기다리는 일이 없어졌다.
사찰 입구의 일주문을 연상케 하는 관악관문을 지나서 3분을 더 가면 우측으로 호압사로 향하는 이정표가 세워진 삼거리가 나타난다. 만일 당신의 산행 목표가 관악산이라면 이곳에서 직진하여 무너미로 이어지는 관악계곡을 따라 죽 올라가다가 네 번째 쉼터 인근에서 좌측으로 깔딱고개 방향으로 접어들면 된다. 산행 인파의 대부분이 선택하는 길이다. 만일 당신이 나의 동행자처럼 세련된 산꾼이라면 남들이 잘 안 가는 오른쪽 길을 선택할 것을 추천한다. 우측길은 돌산능선으로 이어졌다가 마침내 삼성산까지 오를 수 있는 길이다. 돌산능선으로 말하자면, 사당능선과 같은 장쾌한 맛은 다소 떨어질지 몰라도 우거진 숲 아래로 맨발로도 걸을 수 있는 부드러운 마사토 길이 당신의 발을 편하게 할 것이고, 가끔 나타나는 아기자기한 암봉에는 계단이 가설되어 있어서 편하기도 할 뿐만 아니라 호젓하기가 이를 데 없다는 장점을 갖추고 있다.
그렇다면 대다수의 등산객들이 왜 그 좋다는 삼성산 길을 택하지 않고 혼잡한 관악산을 선호할까? 그 이유의 하나는 이른바 군중심리에서 찾을 수 있다. 미지의 자연 앞에서 다른 사람들과 동일한 선택과 행동을 하면 무엇보다도 소외감을 느끼지 않을 수 있고, 예측할 수 없는 위험으로부터 안전을 보장 받을 수 있다. 이는 대중사회의 모습이 산행에까지 투영된 현상이다. 남과 같은 길을 가면서 남과 같은 풍경을 바라보고 비슷한 김밥을 먹으면서 유사한 감정을 느끼는 것이다. 등산 역시 pop-등산이 대세로 자리잡았다고 말할 수 있다.
우리는 장군봉을 지나서 삼성산의 군기지로 연결되는 시멘트 포장도로의 좌측으로 벗어나서 무너미로 하산하였다. 하산로는 재작년에 보이지 않던 계단이 추가로 설치된 구간이 더 많아졌다. 등산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대도시 주변의 산들은 몸서리를 치고 있다. 많이 훼손되기 전에 미리미리 등산로를 정비해두는 것이야말로 제2, 제3의 우면산 사태를 방지하는 유일한 길이다. 입산을 금지하지 않는 한 등산로에 계단을 가설하고 케이블카를 설치하는 것은 크게 권장할만한 대책이다.
평소에는 물을 보기가 어렵던 무너미 계곡은 최근의 적지 아니한 강수로 그 상류까지 물이 흐르고 있었다. 맑은 물 아래로 고운 모래가 깔린 작은 계류의 돌을 밟으면서 힘들이지 않고 건너가는 발걸음은 즐겁기도 하다. 학바위 능선과 팔봉 능선의 사이에 있는 계곡을 따라 조금 올라가다가 고 L학형이 늘 선택하던 넓은 웅덩이 옆에 자리 잡고 조촐한 점심을 먹었다. 날씨가 무더운 탓에 팔봉 능선길로 올라가는 것은 엄두가 나지 않는다. 내 산행 능력을 잘 파악하고 있는 곡응선생은 능선길을 버리고 계곡길로 가자고 미리 제안한다. 2~3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당초의 계획을 변경하겠다는 이런 제안에 대해서는 거부반응을 드러낼 수 있는 능력과 의지를 갖추고 있었지만, 이제는 언감생심으로 계곡길의 선택은 필수 사항이 되고 말았다. 그래도 팔봉능선까지 올라서려면 가파른 계곡길을 1시간은 족히 치고 올라가야 한다. 오늘 산행의 마지막 난코스인 것이다.
팔봉능선에 올라 선 후에도 관악산 정상으로 가서 사당능선을 선택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잠시 생각만 해보는 정도로 끝내고, 연주암으로 내려가서 알탕(계곡에서 발가벗고 알몸을 드러내놓고 하는 목욕)을 하자는데 대해서 쉽게 의견일치를 이루었다. 경상도 북부지방의 유교문화의 뿌리가 깊은 고장에서 자라서 남 앞에 알몸을 드러낸다는 것은 순풍양속을 심히 어지럽히는 난잡한 행동이라고 배웠다. 다만 세월도 바뀌고 땀에 젖은 현재의 상태가 유혹하는 바가 큰 데다가 무엇보다도 나이가 가져온 윤리의식의 둔화로 인하여 멀지 않은 곳을 지나다니는 사람들의 시선도 아랑곳하지 않을 수 있었다. 그러나 도덕의식의 최후의 보루인 마지막 속옷 하나 만은 그대로 입은 채 시원한 계곡물에 몸을 담갔다. 계류에 직접 닿은 알몸 부분과 하의 아랫부분에서 느껴지는 피부의 감각의 차이는 적지 않았지만, 마지막 남은 체면 하나는 지킨다는 도덕적 당위는 유지되었으니, 나 자신을 억제하고 예로 돌아가는 것이 인(克己復禮爲仁-논어, 顏淵편)이라는 가르침은 관악산 동천계곡에서 실천되었다-쉽게 말하면, 발가벗고 목욕하고 싶었으나 체면상 팬티는 입은 채 목욕하였다는 것이다.
-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