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 240525-아람산~기흥호수(제325차 정기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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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영 작성일24-05-30 17:19 조회246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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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정]
1000 영통역 2번출구
1031 아람산 등산로 입구
1045 아람산(143m)
1110 기흥호수 진입로 삼거리
1147 기흥 레스피아 호수공원 휴식
1223 대한항공 신갈연수원
1320 농서교에서 하이킹 종료
1328 후미 회식장소 도착(3시간 28분, 10.8km)
1404 산장 인사
1435 회식 종료
1439 기흥호수 나머지 구간 출발(김시영, 김용하, 이상만, 윤현로)
1534 다시 기흥호수 진입로 삼거리 도착
1551 아람산 도착
1609 아람산 등산로 입구
1613 경희대 정문 앞(6시간 13분)
[참가자]
곽성균, 김시영, 김용하, 김일동, 김향태, 박중배, 박희수, 서병일, 손정수, 손훈재, 송경헌, 신학수, 윤현로, 이상만, 임충빈, 전찬영, 최택상, 홍기창(18명)
[산장 인사]
적당히 구름 낀 날씨에 호수의 바람이 걷기에 더없이 좋은 날씨였습니다. 참가하신 회원들께 감사드리고, 다음 6월 산행은 아차산으로 진행합니다. 많은 격려와 참가 기대합니다-산우회 카톡방
[산총 인사]
동기들과의 만남은 언제나 즐겁고 행복합니다. 기흥 호반의 시원한 바람과 구름 낀 날씨가 3시간의 걷기에도 크게 지치지 않았고, 불쭈꾸미도 한층 커다란 행복을 더해주었습니다. 6월에도 좋은 만남의 산행을 기대합니다-산우회 카톡방
[낙 수]
연중 야외활동을 하기에 좋은 달은 대체로 4, 5월과 9, 10월 등 넉달이다. 나머지 달은 덥거나 춥든가 아니면 꽃이나 숲이 충분하지 않아서 무언가 허전한 느낌이 든다. 좀 맥 빠지는 소리지만 우리들의 나이는 계절로 치자면 11월에 접어들었다. 그렇다면 이 좋은 달인 5월의 화창한 주말에 집에서 TV나 보든가 휴대폰으로 소일한다는 것은 남은 세월이 아까워서라도 못할 노릇이다. 그렇기 때문에 산우회 집행부가 계절이 선사하는 선물을 하루만이라도 만끽할 수 있는 기회를 동기들에게 마련해 주는 것은 세월이 갈수록 더욱 감사하게 받아들일 일이다. 다만 다들 연식이 오래되어서 점점 가파르고 먼 산으로는 못 간다는 것이 애석하기는 하지만, 서너 시간 동안은 걸을 수 있는 체력을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할 따름이다.
325차 정기 산행지는 영통역에서 출발하여 143m의 아람산을 넘어서 기흥호수를 산책하는 코스라고 한다. 영통! 지하철이 이 도시로 연결되기 오래 전부터 개인적으로 인연이 있는 지역이다.
우리들이 지리 과목을 배우던 중학교 시절에는 서울특별시, 부산 및 대구직할시 외의 대도시는 그냥 시라고 불렀고, 그 아래 행정단위는 군, 읍, 면, 동, 리 밖에 없었다. 1980년도 말경에 이르자 서울의 강남지역은 개발할만한 토지는 개발이 거의 완료됨에 따라 일부 자투리땅 외에는 대규모로 개발할 지역이 더이상 남지 않은 상황이었다.
1973년에 박정희 대통령의 지시로 “남단녹지”라는 별칭으로 자연녹지지역으로 지정되어 1989년까지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어놓았던 성남시의 분당 일대는(믿거나 말거나인 이 에피소드는 박대통령 추종자들이 국토개발에 대한 박대통령의 혜안을 보여주는 예의 하나로 들기도 한다), 서울 북서쪽의 고양시 일산지역과 함께, 서울의 아파트 수요를 대체할 만한 지역으로 떠올랐다. 수도권 중에서도 강남지역에 근접한 죽전 분당 일대에 위치한 개발제한구역은 증가하는 택지 수요를 감당하기 위하여 가장 먼저 풀리게 되었다.
위와 같은 배경을 두고 1989년부터 시작한 신도시건설은 분당과 일산 지역이 그 효시였다. 그 후 성남시나 용인시 안에 있는 농촌에 불과하던 수많은 마을은 비 온 뒤에 죽순 돋아나듯이 신도시로 솟아올랐다. 성남시의 분당, 판교, 용인시의 기흥, 죽전, 성복, 동백, 수원시의 영통, 화성시의 동탄 등 수많은 지역에 신도시가 건설되면서 신도시의 이름만으로는 그곳이 독립된 시인지, 시 안에 있는 동네 이름인지, 아니면 서울의 강남구나 서대문구처럼 자치구인지 영 가늠조차 되지 않았다.
2000년대 초에 영통지구에 신도시가 막 개발되고 나서 개인적으로 판교 지역의 보상 관련 사건으로 영통에 있던 토지공사 사무실을 자주 방문하게 되었다. 당시에는 수도권 전철이 건설되기 한참 전이어서 수원 신갈 IC에서 빠져나와 수원 시내로 진입하는 길에서 죄회전하여 영통으로 들어갔었다. 20년 이상 경과한 2024. 5. 25. 정기산행으로 산우회가 만나기로 한 영통역에 내려서 시내를 걸어보니 그 사이에 전혀 낯설고 번화한 도시로 변해 있었다.
서울의 외곽지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거리를 지나 아람산 등산로로 들어서서 땀이 배어나기도 전인 10여 분만에 143m의 아람산에 도착하고야 말았다. 그래도 오늘의 하이킹 코스 중 해발고도가 가장 높은 곳으로, 이곳에서 기흥호수를 끼고 돌아서 회식 장소에 이르는 나머지 길은 호반에 가설된 평탄한 산책로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산우회는 고산심곡(高山深谷)을 추구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나 같은 별난 산원들에게는, 산우회의 이름으로 행하는 정기 산행지로는 차마 가서는 안 될 길이라고까지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오랜만에 걸어보는 “호반의 봄길”은 그 통속적인 어감에도 불구하고 풍광은 훌륭하여 기본 점수는 따고 들어갔다.
일행 중에 기흥호수는 자연적으로 형성된 호수인지 궁금해하는 친구가 있었던 것이 생각나서 인터넷을 뒤져 보았다. 용인시 기흥구 동백동에 있는 석성산에서 발원한 여러 지류들이 기흥구 서천동, 고매동, 공세동, 농서동 일대로 유입되고 있었다. 용인시는 농업용수 확보와 홍수조절을 위하여 1958년부터 1964년까지 이곳에 제방을 쌓아 농업용 저수지를 만들어서 신갈저수지 또는 기흥저수지라고 불렀다. 저수지의 물은 오산천의 본류를 이루어서 송전 저수지로 유입된 다음 다시 진위천의 본류를 이룬다. 이와같이 당초 농업용 저수지로 축조된 신갈저수지는 2007년부터 용인시가 친수녹지공원으로 조성하기 시작하여 2013년에 1차 조성사업을 마치고 “기흥호수공원”으로 재탄생한 것이다.
호수공원은 국제경기를 할 수 있는 조정경기장, 10㎞의 둘레길과 2.9㎞의 자전거도로, 2,400㎡의 야생화단지로 조성된 생태학습장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만수 면적은 2.31㎢이고 저수량은 1166만톤이지만 유입되는 수량이 넉넉하지 않아서 갈수기에는 호수 상류는 바닥이 드러나기도 하여 용인시는 2차 조성사업을 구상하고 있다고 한다. 자연녹지지구로 개발제한구역이던 서울 남쪽의 “남단녹지”가 점차 택지로 개발되어 신도시로 바뀌자 농업용수 확보를 위한 저수지는 주민의 휴식을 위한 “호수공원”으로 변한 것이다.
직사광선을 가려주는 엷은 구름이 하늘을 덮고, 시원한 바람이 간간이 불어 감국과 씀바귀의 노란 꽃잎 위를 가볍게 쓸고 지나가는 호반의 데크길과 야자 멍석으로 덮인 길은 걷기에도 상쾌하여 2시간이 넘는 산책이 지루한 줄 모른 채 훌쩍 지나가고 어느덧 호수공원의 하류 수문 인근에 있는 회식 장소에 도착하였다. 3시간 이상 걸은 후에 오후 1시가 넘어서 다들 시장하던 차에 쭈꾸미 비빔밥을 먹으니 맛이 없을 수가 없다. 산장과 인간 관계가 연결되는 주인은 후식으로 과일 외에 피자까지 서비스로 내주어서 특수 음료를 더 마시도록 배려(!)하였다,
짧고 쉬운 산행의 후과는 오늘도 나타났다. 너무 이른 시간인 오후 2시 반 경에 회식까지 끝난 데다가 현재의 위치나 귀가하는 교통편에 대한 정보를 전혀 모르고 있어서 귀가하는 방법이 막연하였다, 마침 윤산대가, 우리가 이미 걸어온 호반길은 전체 구간의 4분의 3이 넘고, 멀지 않은 곳에 아람산이 있어서 걸어서도 1시간이면 충분하다고 알려주었다. 옆에 있던 현명한 이상만과 김용하 학형도 걸어서 아람산까지 가는데 거의 선동적인 태도로 찬성하였다, 회식 후에는 습관적으로 2차 등산을 꼬드겨 온 나로서는 불감청일지언정 고소원한 일이 아닌가!
오전과는 달리 하늘이 개고 오전에 걸었던 호수 건너편의 데크길은 태양에 노출되어 있었지만 우리가 걸어갈 남은 호반길은 좌측으로 매미산과 아람산의 숲이 그늘을 만들어 주었다. 그림같은 호반길이 이어지고 너른 호수는 오후의 봄 햇살 아래 눈부셨다. 매미산 아래의 널찍한 공터에는 휴게소도 마련되어 있었는데, 각종 특수음료까지 팔고 있어서 호반의 야외 테이블에 앉아서 마시기에는 천혜의 장소였다. 완만한 아람산 능선을 천천히 올라서 출발한 지 1시간 10분 만에 다시 아람산 정상에 도착하였다. 4명이 오붓하게 기념 촬영을 한 후에 느긋한 발걸음으로 경희대 정문에 도착하니 오후 4시 13분이었다. 김용하 학형의 제의로 커피 가게에 들어가서 충분히 휴식한 다음 20분 정도 더 걸어서 영통역에 도착하였다. 이런 경과로 오늘은 2차 산행이 오히려 화룡점정을 이룬 하이킹이었음을 특별히 기록해 둔다.
-중회-.